つぶやき
영화 하얼빈 후기 본문
나는 영화를 정말 보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꽂히는 게 있으면 재탕 삼탕을 하며 그것만 되새김질해서 새로운 컨텐츠를 접할 일이 잘 없다.
하지만 남들이 재밌다고 하는 것, 유명한 것은 궁금하다.
그래서 스타워즈 봤는데 꽂혀서 오타쿠가 되어버렸다. 물론 진짜인 사람 앞에서 난 어중간하지만...
아무튼 평소 궁금했던 영화들을 보자는 생각에 2023년부터 한 달에 하나의 영화를 보는 중이다(주로 옛날 영화).
그리고 1월의 영화는 하얼빈으로 결정!
원래는 지난 달에 보려던 택시 운전사를 러브 액추얼리로 대체하면서(크리스마스 당일이었음)
이번 달에 택시 운전사를 보기로 했는데 시국이라면 하얼빈을 추천한다기에 그럼 하얼빈을 볼까 하고 급선회했다.
어째 최근 게시글에 빠지지 않고 시국 얘기를 하는 기분이다만
이건 비상 계엄이라면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족치려던 놈이 나쁜 거니까 ㅎㅎ
나는 어떤 컨텐츠를 볼 때 정보값을 거의 최소화해서 보는 편인데
하얼빈에 대해서 알던 것도 안중근 의사가 보내는 광화문 초대장이란 것 정도였다.
확실히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시국을 노린 것 같아서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제작 시기를 생각하면 그저 우리가 잊지 않고 중요시 해야 할 것들을 언급한 것일 테지만...
이 글엔 영화 하얼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신아산 전투부터 시작된다.
비록 이 장면에 유혈 비율이 꽤 높았지만 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생각하며 잔혹 내성이 다져진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렇다 해도 이 장면은 거의 흐린 눈을 하고 보았다.
피 튀기는 것을 못 보는 편이기에 작년엔 악마와의 토크쇼 후반부에서 피 튀기는 것을 보고 피라면 넌더리가 났을 지경...
아무튼 여기서 안중근은 일본군 포로를 살려준다.
위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았단 대목으로 알 수 있지만 이 장면 보자마자 아차 싶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포로를 살려주니 결국 적군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처자식들 홀로 두고 죽지 말라고 살려준 적병은 바로 뒤통수를 쳐버린다.
설상가상 밀정까지 숨어있어 준비한 폭약까지 날려버리게 된다.
그렇지만 전기 영화들이 그렇듯 역사가 스포일러이니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성공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고..
어찌 보면 극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하얼빈은 상업 영화가 아니다 보니 초반 신아산 전투나 중간 부분을 제외하면
눈이 돌아갈 만한 전투 장면도 없거니와 로맨스의 기류도 없다.
아마 이 요소를 기대하고 가면 상당히 실망할 것...
먼저 본 엄마는 혹평을 날렸을 정도(다만 하얼빈엔 엄마가 좋아할 요소 자체가 전무했음)
하지만 나는 상당히 만족했다. 대놓고 사람 울리려는 게 아니라 영화처럼 조용히 묵직하게 들어오는 느낌이 강했다.
보다가 지금 목숨은 먼저 간 동지들의 목숨이란 대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ㅋㅋ ㅠㅠㅠ
이미 죽은 자가 산 사람을 이끄는 이야기는 왜 이렇게 가슴이 시큰해지지.....
또다른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결국 안중근이 목숨을 살려준 사람은 둘인데,
한 명은 안중근무새가 되고 명예를 운운했지만 결국 자신보다 고결한 사람을 용인치 못했던 것에 반해
밀정이 되어 동료들을 팔아넘긴 자는 최후의 최후에는 자신을 휘두르던 일본군과의 악연을 끊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외 아무렴 좋은 감상평..
모리는 나올 때마다 안중근은 어딨냐는 말 너무 많이 해서
일본어 한 마디도 할줄 모르는 사람도 안중근은 어디 있냐는 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창섭이 중간에 안중근 안중근.. 너 임마 그거 사랑이야 하는 MZ 대사 뱉으면 어쩌지 싶었을 정도.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자 책상 위에 보이는 오가타(러일전쟁 당시 활약한 일본군) 피규어..
어~ 일본군 집에 있니? 너 줄 밥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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